나는 신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목회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기존 교회 목회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목사라면 응당 목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지만 흘려버렸다. 그러다 윤종하 성서유니온 총무의 강의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윤 총무는 한국교회가 갱신되려면 교회에 일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이야기라 강의 후 그를 찾아갔다. 교회에 일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없애느냐고 반문하니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성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진짜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원래 모습에서 변질했기에 작금의 교회 현실이 이렇다는 내용이었다.
이즈음 ‘가정교회’를 다룬 책을 접했다. 건물·조직·프로그램이 없는 가정교회에 대해 공부하면서 초대교회의 원형이 이렇다는 걸 알았다. 이후 미국의 가정교회 세미나를 참석하고 호주 가정교회도 탐방하면서 가정교회가 기성 교회의 대안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000년 당시 한국 교계엔 가정교회는 이단이 하는 것이란 오해가 있었다. 요즘도 가정교회를 기존 교회에의 셀 교회와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교회야말로 초대교회의 원형이자 현대 교회가 대안으로 여길 예배공동체라고 생각한다.
2000년 대학부 지도할 때 만난 몇몇 제자들과 집에서 직접 가정교회를 개척했다. 아파트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금방 익숙해졌다. 예배는 기존 교회 예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목회자가 인도하는 방식이 아닌 서로 대화하며 말씀을 나누는 식이란 것만 달랐다. 성도 간 교제도 기존 교회보다 훨씬 더 친밀하게 나눌 수 있었다.
모이는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 한 집에서 예배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성도를 3그룹을 나눠 따로 예배를 드렸다. 이전에 함께 예배하면서 성경공부와 설교 준비 훈련을 했기에 나와 따로 모일 땐 리더들이 설교를 맡았다.
가정교회의 장점은 재정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가정집에서 예배하니 건물 빌리는 데 돈이 안 든다. 이중직 목회자가 교회를 이끈다면 예산을 많이 아낄 수 있다. 내 경우는 이랜드에서 사역했기에 따로 사례비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 때문에 기존 교회를 협동목사로 섬기는 이들에겐 가정교회 개척이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가정교회 사역에서 아쉬운 부분도 꽤 있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건 다음세대 신앙교육이다. 교회학교가 따로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초대교회는 물론 종교개혁 당시 교회에도 교회학교는 없었다. 가정교회는 공동체의 삶을 바탕으로 신앙교육이 이뤄진다. 가정교회의 자녀교육은 각 성도가 가정과 교회 공동체에서 보여주는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가정교회는 정식 교회로 인정받지 못했다. ‘팻말이 있어야 성경적 교회’라는 핀잔을 교단에서 받기도 했다. 지금은 다양한 비제도권 교회가 나타난 만큼 가정교회도 새로운 교회의 형태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라 기대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