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68>] “큰아들은 떠났지만 둘째 건강 회복이 유일한 소망”

입력 2023-08-28 03:03
극희소성 질환인 펠리제우스-메르츠바하병을 앓고 있는 유현이가 26일 경기도 용인의 집에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40만 분의 1. 펠리제우스-메르츠바하병(PMD)을 갖고 태어날 확률이다. 국내에는 백질이영양증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전자 관련 질환으로 신체의 조정·운동능력과 지적 기능을 약화시킨다. 최소 강직하반신 마비부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이 병은 국내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인 극희소성 질환이다.

유현(가명·5)이는 펠리제우스-메르츠바하병을 갖고 태어났다. 26일 경기도 용인의 집에서 만난 유현이와 그의 엄마 알드리안 라치라웃(가명·41)씨는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3년 전 유현이는 형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냈다. 사인은 펠리제우스-메르츠바하병이었다. 한 명도 걸리기 어렵다는 이 질환을 두 명의 아들이 모두 갖고 태어난 것이다. 그의 부모는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첫째 아들의 죽음 이후 유현이의 치료에 대한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유현이 아빠 박상수(가명·37)씨는 청각장애와 안면마비를 갖고 있고, 엄마인 라치라웃씨는 태국인이다. 하루 종일 유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가 경제활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세 가족의 한 달 수입은 가장인 박씨가 장애인 일자리에서 버는 170만원 남짓한 돈과 정부보조금이 전부다. 적은 수입으로 유현이와 박씨가 치료를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 또한 하나님 계획의 일부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들 가족은 경기도 용인 수지산성교회(황규식 목사)에 출석 중이다. 라치라웃씨는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큰아들이 먼저 떠난 후 하나님을 원망했었어요. 왜 우리 가족과 두 아들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매일 울면서 기도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의 숨겨진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와 제 가족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남편과 유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유일한 바람이에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2023년 7월 26일~8월 23일/단위:원)
△정대교 50만△김병윤(하람산업) 정선호·김정희 무명 백숙자 이동현 20만△이성광 12만△김무열 이필영 최기상 백승례 정환세 김필현 조동환 박희배 최정순 10만△김덕수 정인경 강영숙 한승우 이관우 정연승 공춘자 이윤미 연용제 한진섭(희망사) 김광미 권성만 박병규 5만△김정숙 김인수 무명 오군숙 임순자 3만△이영란 이정원 최우정 2만△초이 김명래 생명살리기 여승모 김애선 준서네힘내세요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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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