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익 82억 ‘상품권 세탁’ → 해외 유출… 일당 65명 무더기 검거

입력 2023-08-25 04:06
사진=이한형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을 백화점 상품권 거래를 가장해 세탁한 뒤 해외로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정모(46)씨 등 보이스피싱 1차 수금책과 중간 수금책, 송금책 등 일당 65명을 검거하고 이 중 22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이 해외 조직으로 넘긴 피해금은 82억원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과 태국, 필리핀 등에 본거지를 둔 이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수익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산 다음, 다시 현금으로 세탁할 목적으로 수금책을 모집했다.

이들은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로 저금리 대출을 알선해주겠다고 접근해 범죄수익금을 상품권으로 바꿔오도록 지시했다. 조직은 이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게 했는데, 월 100만원 한도의 개인과 달리 사업자는 상품권 구매 한도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

정씨를 비롯한 1차 수금책 39명은 전국 백화점과 마트를 돌며 24억원어치의 상품권을 사들여 중간 수금책에게 넘겼다. 한 번에 1억2000만원어치를 사들인 경우도 있었다. 중간 수금책은 서울 청량리 구두방 등에 있는 상품권 판매소에서 이를 조금씩 현금으로 바꿨다.

중간 수금책 13명은 지난 3월부터 상품권 매매소 5곳을 차린 뒤 상품권을 실제로 사고파는 것처럼 SNS 대화를 꾸미거나, 가짜 거래명세표를 만들어 현금화했다. 또 해외직구 대행업체를 운영하면서 거래 대행비인 것처럼 속여 세탁된 돈을 조직의 해외계좌로 송금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