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빚내서 집 사는 행태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읽힌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런 수요가 있고, 이자율이 앞으로 낮아질 거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거라는 예상을 해서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본인이 한은 총재가 된 이유로 ‘가계부채 연착륙’을 꼽았다. 그는 “제가 처음 한은 총재로 부임하면서 취임사에서 장기적 목표 중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가계부채 상황 연착륙을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중앙은행의 관심”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자체를 타깃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에 제약이 올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이 총재는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105.0% 수준이던 가계부채를 지난 1분기 말 기준 101.5%로 낮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시적인 조정을 하고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춰가는 데 대해서 정책당국과 한은이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한은이 발표한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하락한 반면, 한국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듭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