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이 의사 대신 환자의 의료 정보를 보고 진단에서부터 치료방법까지 결정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흉부X선 사진을 분석해 폐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기초적인 일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말기 암환자의 보조 항암치료 여부와 같이 복잡한 의사결정까지 해낸다. AI의 선택이 인간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데에 개입할 여지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미숙한 AI가 성장하기 전까지 작동할 브레이크(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휘영 연세대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연구교수는 24일 국민일보·쿠키뉴스 주최 ‘2023 미래의학포럼’의 기조강연에서 “의사의 반복적인 단순 진단을 돕는 정도였던 의료 AI는 이제 사람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일까지 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환자 1명에게서 확보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는 1만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의사가 이런 데이터를 모두 고려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이를 고려해 진단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다고 한다.
의료용 생성형 AI 개발은 의료 AI 분야의 가장 큰 화두다.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세상에 대한 기초 지식을 이해하고 다양한 병증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어렵게 개발한 한 개의 AI가 한 가지 병증만 진단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노련한 의사는 환자가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짐작한다고 한다. AI는 이런 직관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통해 AI도 이런 의학적 추론이 가능해진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AI가 전면 도입된다면 사회적 비용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동네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암 등 중증질환을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판단해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보내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 교수는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2차 의료기관의 진단 정확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규제가 의료 AI 산업의 발전을 막는다는 쟁점에 대해선 ‘규제된 자율 규제’ 방식을 제언했다. 그는 “유럽의 규제 중심주의와 미국의 시장 자율주의 사이 방식으로 민간 부문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규제의 틀을 제공하는 형태”라며 “지금처럼 일일이 제품 하나하나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의료 AI를 규제하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