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5연속 동결… “최종 3.75%까지” 인상 옵션 열어놔

입력 2023-08-25 04:0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했다. 권현구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부터 5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중국 부동산발(發)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장기화,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 등 국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와 같은 1.4%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전망치는 중국의 경제 부진 우려 등으로 기존보다 0.1% 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까지 한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금리 인하에 대해서 얘기하기는 너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역대 최대인 2% 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차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옵션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긴축적) 금리정책이 어느 정도 오래 갈지에 따라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 역시 한은의 긴축 시그널을 높이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대를 나타냈지만 8월 이후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긴축 버튼을 쉽게 누르기는 어렵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경착륙할 경우 실물경제 전반의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침체 등으로 한국의 경기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2.5%) 이후 5월(2.4%), 8월(2.1%), 11월(1.7%), 올해 2월(1.6%), 5월(1.4%)까지 5차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다가 이번에는 유지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늘어난 소비 활동이 최근 약화된 데다 중국 경제의 침체 위기,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0.1% 포인트 낮췄다. 이 총재는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면에서 내년 성장률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금리나 재정으로 (성장률을) 보완해야 될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라며 “금리나 재정을 갖고 (성장률) 0.1% 올리려고 하는 노력은 오히려 구조 조정을 방해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