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이윤 우선하는 위험한 규제완화 중단해야”

입력 2023-08-25 04:07

“아무리 강화해도 모자란 영역 중 하나가 의약품·의료기기·의료기술에 대한 검증과 규제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24일 국민일보·쿠키뉴스 주최 ‘2023 미래의학포럼’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국장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언급하면서 “충분치 않은 검증과 규제가 안전과 생명, 인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엄격하게 치료법을 검증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효과있는 치료는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연구개발(R&D)을 하려는 연구자들의 동기를 꺾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침습적’이라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도 마찬가지다. 전 국장은 “디지털 치료기기 역시 진단의 정확성에 따라 환자 안전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며 “부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때 받지 못하거나, 치료할 필요 없는 환자에게 침습적 치료를 요구하는 진단이 내려질 경우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료기기나 인공지능(AI) 의료기기는 접근이 어려워 논의가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져 있다 보니 검증에 대한 중요한 규제가 산업계 바람대로 완화돼 가고 있다”며 “평범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진정한 의미의 기술 발전을 위해 규제는 엄격해야 하고 신기술일수록 제대로 된 인증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위험한 규제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계는 이러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기업 입장에선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이 버겁고 이중적 절차로 느껴질 수 있다”며 “아무런 검증 없이 시장에 나와야 하니 규제를 없애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산업 진흥도 함께 고려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발전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된 이후 실제 임상 현장에 사용되기까지 복잡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앞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 등 시장 선진입 제도의 모니터링 기준을 낮춰 혁신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선진입 이후 진료과목 제한 등 관련 후속 절차를 통해 규제를 합리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영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도 “규제에 고속도로를 깔겠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혁신 제품들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좋은 규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은빈 쿠키뉴스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