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이 왜?… 승무원으로 투입된 루프트한자 CEO

입력 2023-08-25 04:04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의 옌스 리터(사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객실 승무원으로 비행에 참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리터 CEO는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바레인 왕복 항공편에 승무원으로 투입돼 근무했다. 이 항공편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을 경유했다. 리터 CEO는 리야드에서 바레인으로 향하는 길엔 비즈니스석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올 때는 이코노미석에서 일했다. 그는 직접 음료를 준비해 승객에게 건네는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유럽 최대 항공사 CEO가 승무원 현장 근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리터 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을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관점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며 “저는 수년간 루프트한자 그룹에서 일해왔지만 객실 승무원으로 일할 기회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 루프트한자 항공에 조종사로 입사했고, 2014년 독일 저비용항공사 저먼윙스에서 에어버스 A320 기장 자격을 취득했다.

리터 CEO는 승무원으로 일하며 야간 비행에서 승객에게 세심하게 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정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 놀랐다”며 “승객들의 바람을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경험도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리터 CEO는 “몇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기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체험한 만큼 사무실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승객에게 보여주는 메뉴 카드와 실제 제공되는 기내식이 일치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면서 수정 계획을 밝혔다.

항공사 CEO가 객실 승무원 체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LM 네덜란드 항공의 CEO 마르잔 린텔은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암스테르담 항공편에서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에어 뉴질랜드 CEO 그렉 포란은 수화물 부서에서 일일 근무를 하기도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