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도 비슷한 사례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이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이후 팬들을 중심으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펼쳐진 데다 영국인 유튜버 등이 불닭볶음면에 도전한 영향도 컸다. 삼양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포함한 불닭 브랜드는 지난달 기준 누적 50억개 판매를 달성했다.
K드라마와 K팝 등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한국 콘텐츠가 가공식품 수출에 날개를 달고 있다. 그동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 장벽이 낮아진 탓에 가공식품 수출은 꾸준히 늘어왔다. 그럼에도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이를 한국 콘텐츠가 채워 준 것으로 보인다. 한식진흥원의 ‘2022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음식 관련 정보 습득 경로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35.1%다. ‘먹방’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품목이 라면류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라면 수출액은 7억6540만 달러(약 1조152억원)를 기록했다. 2020년(6억360만 달러·약 8003억원) 실적과 비교하면 2년 새 26.8%나 수출액이 늘었다. 다만 이 집계액은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 물량만 포함한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한 금액을 더하면 한국이 만든 라면의 매출 규모는 더 커진다. 농심의 지난해 글로벌 라면 매출액은 12억4300만 달러(약 1조6480억원)로 집계됐다.
한국 콘텐츠 덕분에 수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품목은 라면뿐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커피 제품인 레쓰비는 밀키스와 함께 동남아 시장을 누비고 있다. 최근에는 칠성사이다도 진출했다. 과자 중에서는 롯데제과의 빼빼로 수출이 눈에 띈다. 음료와 과자류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각각 5억1330만 달러(약 6797억원), 6억2170만(약 8232억원) 달러로 집계됐다. 2년 전과 비교해 각각 25.1%, 19.8% 수출액이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한국 음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급신장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에 성공한 경우 역시 콘텐츠 덕을 톡톡히 본다. CJ제일제당은 해외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지난해에만 글로벌 매출액 1조원을 넘겼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