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이 최근 각국의 협상력에 따라 위기에서 기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민감한 농산물은 협상에서 제외하고,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다.
한국 정부는 2020년 11월 아세안 10개국 및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4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2022년 2월 협정이 발효된 이후 농림축산물 무역수지는 오히려 개선됐다. 지난해 농림축산물 무역수지가 137억1000만 달러 적자였던 데 비해 올해 7월까지 무역수지는 52억8400만 달러 적자로 적자 규모를 줄인 것이다.
이는 농업 부문 협상에서 쌀 고추 마늘 양파 등 국내 주요 생산 품목과 수입액이 큰 바나나 파인애플 등을 양허에서 제외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 유망품목 중 소주·막걸리(일본), 사과·배(인도네시아), 딸기(태국) 등의 품목은 관세 철폐로 시장 접근성을 개선했다.
RCEP 체결은 아세안,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 기존 FTA 협정을 강화하고,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일본과 신규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었다. 15~2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소주와 막걸리는 일본으로의 수출 활용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수출 측면에서는 상호주의가 적용되던 아세안 일부 국가들에 대한 추가 개방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6일 ‘RCEP 발효 1년, 농식품 수출입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아세안 일부 국가에서 유지되던 상호주의가 RCEP 협정으로 폐지된 부분은 우리나라 농축산물 수출에 있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호주의가 폐지된 인도네시아(배·딸기), 필리핀(배·딸기), 태국(감·딸기)으로의 수출액이 현재 단계에서는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관세 인하 혜택이 있기 때문에 향후 해당 국가로 수출 전략 수립 시 전략적 품목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2022년 5월 출범 때부터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농업 분야는 위생·검역 조치(SPS) 관련 규범과 식량 안보, 지속가능한 농업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4일 “우리 농식품 분야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익은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농업계와의 소통을 토대로 차기 협상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