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육 당국이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에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체계가 만들어진다. 인공지능(AI) 챗봇에 단순·반복 민원을 맡기고, 학교와 교육지원청에는 민원 대응 조직이 신설된다. 교권 보호와 관련해 학교장 책임이 무거워지고,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교육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교권 추락과 교실 붕괴 실태가 집중 조명되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14일 공개한 시안의 큰 틀을 유지한 가운데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대책을 확정했다.
우선 교사가 악성 민원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학교마다 ‘민원대응팀’이 만들어진다. 학교장 책임하에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규모의 조직이다. 올해 2학기에는 시범 운영하고, 내년 1학기부터 본격 도입된다. 교육지원청에는 교육장 직속으로 통합 민원팀을 만든다. 과장급, 팀장급,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포함해 5∼10명으로 구성된다.
단순·반복 문의 혹은 야간·주말 민원은 AI 챗봇을 개발해 대응할 계획이다. 지능형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을 개편해 지각·결석 증빙자료 등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오프라인으로 접수되는 민원은 민원대응팀이 맡는다. 민원대응팀에서 처리 가능하면 직접 대응하고, 교사 판단이 필요할 경우 교사와 협력해 처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학부모는 교사에게 직접 연락하는 게 금지된다. 예컨대 자녀가 갑작스럽게 결석하게 되면 학부모는 교사 대신 민원대응팀을 통해 학교에 연락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교육 활동 침해 가능성이 큰 민원으로 분류된 경우는 학교장이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했다. 일선 학교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민원일 경우 교육지원청의 통합민원팀으로 넘어가게 된다.
교권 보호에 미온적인 교장을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시·도교육감이 교권 침해 사안을 축소 보고하거나 은폐한 교장을 의무적으로 징계하도록 교원지위법을 바꾸기로 했다.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 등에서 ‘교장이 교권 침해 사안에 팔짱 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를 반영한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 교사의 교육 활동을 방해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서면 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특별 교육 이수’ 조치가 내려진다.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