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부활’ 경찰 반색하지만… “군 병력도 부족” 현실화 의문

입력 2023-08-24 04:07
윤희근 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연일 발생하는 흉악범죄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치안 강화 대책으로 의무경찰(의경) 재도입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 의경 마지막 기수의 전역으로 완전히 폐지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경찰은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치안과 경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24시간 상주 자원’의 존재는 일선 경찰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곧 준비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경찰은 7500~8000명 규모의 의경을 순차적으로 충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경찰은 부활하는 의경을 과거와 같이 집회·시위 대응에 동원하지 않고, 범죄예방 활동에 투입할 예정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신속대응팀 경력 인원으로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을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경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부터 해마다 20%씩 감축해 지난 5월 완전히 폐지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기간 감축된 의경은 2만5911명이다. 지난 정부는 의경을 직업경찰 2만명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등 이유로 현재까지 3분의 1 수준인 7300여명만 채워졌다. 정부 계획대로 7500~8000명의 의경이 새로 채워진다면 대체 충원 목표의 3분의 2 이상 달성되는 셈이다. 어느 정도 치안 보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경찰은 현장 인력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한 경찰청 소속 경찰은 “과거 의경이 하던 일이 많았고 기여한 바도 컸다”며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 의경 재도입이 현실화한다면 치안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 일선서 경찰은 “의경이 폐지된 건 군 수급 인력이 부족해서였다. 각종 전환 복무제도를 없앤 것”이라며 “지금 군 병력도 부족하다는데 과연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치안 인력 부족을 의경 투입으로 해소하는 것보다는 현장의 효율적 인력 운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무 살 남짓의 청년들을 흉기난동 최일선에 배치하는 게 적절한가. 국민이 바라는 건 더 전문화된 직업경찰관이 아닐까”라며 “의경 폐지로 경찰 업무 강도 및 피로도가 높아져서 보조 인력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의경 부활이 바뀐 범죄 환경에 적합한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가현 김재환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