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456개 양곡창고 관리 ‘구멍’

입력 2023-08-24 04:05
공공비축 벼 관리자가 충북 청주 오창읍 저장창고에서 출하를 앞둔 벼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남아도는 쌀을 매입해 보관하는 양곡창고에서 최근 화재가 발생해 300t에 달하는 쌀이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전국 3500개가량의 양곡창고를 운영 중이다. 국민 혈세로 사들인 쌀이 유실되지 않도록 철저한 창고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에 위치한 100평 규모의 정부양곡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창고에는 300t 규모의 쌀이 보관돼 있었다. 시장 가격으로 약 5억1000만원어치다. 정부가 화재 직후 타고 남은 쌀의 상태를 분석한 결과 쌀에 습기가 생겼고, 연기 냄새가 심하게 났다. 유해물질 검출 우려도 있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창고에 있던 쌀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곡창고에서 불이 났을 경우 남아 있는 쌀을 모두 버리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약 5억원의 나랏돈이 화재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

쌀 소비가 급감하면서 정부는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헐값에 되팔고 있다. 주로 사료용이나 주정용으로 공급한다. 그때까지 2~3년간 정부가 직접 소유했거나 개인에게 빌린 창고에 쌀을 보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77만t의 쌀을 사들였고, 그 결과 지난 4월 기준 쌀 재고량은 170만t을 넘어섰다. 전국 3456개의 정부양곡창고도 포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과 창고 관리망에 구멍이 생겨 화재나 병충해 문제 등이 빈발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미약한 창고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 소유 정부양곡창고 1636동 가운데 저온양곡창고는 52동(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온창고란 특수 장비를 설치해 창고 내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한다. 저온창고는 여름이나 장마철에 내부 온도·습도를 일정하게 조정할 수 있어 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창고 노후화도 문제다. 농협은 현재 정부양곡창고와 자체 창고를 합쳐 총 2425동의 창고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77%에 달하는 1876동이 건축한 지 30년이 넘었다.

정부가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양곡창고 관리 방안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용수 대한곡물협회 부장은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노후화된 창고를 리모델링하고, 저온창고 숫자를 늘리는 식으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