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첫 일성 “사법신뢰 회복”

입력 2023-08-24 04:08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최근에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지연’ ‘법원의 정치화’ 등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제기된 사법부의 문제점들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후보 지명 이튿날인 23일 오전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방문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사법의 정치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썼던 글에 나와 있어 그 이상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대전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변호사회지 기고 글에 “정의의 여신이 안대를 벗고 양손에 든 칼과 저울을 내팽개치는 참으로 희한한 행태가 적지 않게 벌어졌고, 이를 부채질하거나 방관하는 행위도 있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기초한 신속한 재판 실현’을 언급했다. 또 “법관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정부나 정당에도 맞서야 한다”고 했다. 신속한 재판, 법관의 정치적 중립을 사법 불신 해소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현 대법원 체제와 각을 세운 것으로 해석됐다.

김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법원 민주화를 명분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등을 추진했는데, 이 후보자는 종종 주변에 이런 ‘김명수표’ 개혁 내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혀왔다고 한다. 법관이 열심히 일할 동력을 없애고, 능력주의를 배척하는 바람에 법원을 하향 평준화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지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친한 친구의 친구다 보니 그렇게 알려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인 사람이 160명인데 사법고시 공부하는 사람은 몇 명 안 돼서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