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최근에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지연’ ‘법원의 정치화’ 등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제기된 사법부의 문제점들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후보 지명 이튿날인 23일 오전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방문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사법의 정치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썼던 글에 나와 있어 그 이상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대전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변호사회지 기고 글에 “정의의 여신이 안대를 벗고 양손에 든 칼과 저울을 내팽개치는 참으로 희한한 행태가 적지 않게 벌어졌고, 이를 부채질하거나 방관하는 행위도 있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기초한 신속한 재판 실현’을 언급했다. 또 “법관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정부나 정당에도 맞서야 한다”고 했다. 신속한 재판, 법관의 정치적 중립을 사법 불신 해소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현 대법원 체제와 각을 세운 것으로 해석됐다.
김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법원 민주화를 명분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등을 추진했는데, 이 후보자는 종종 주변에 이런 ‘김명수표’ 개혁 내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혀왔다고 한다. 법관이 열심히 일할 동력을 없애고, 능력주의를 배척하는 바람에 법원을 하향 평준화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지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친한 친구의 친구다 보니 그렇게 알려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인 사람이 160명인데 사법고시 공부하는 사람은 몇 명 안 돼서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