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기에 병원 이용이 줄어들면서 건강보험의 올해 부채비율이 35.2%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건강보험의 재정 상태가 앞으로 수년 내로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이사회에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을 의결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공단은 건강보험사업의 올해 부채비율이 3년 전 예측보다 대폭 하락한 35.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3년 전 발표한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공단은 건강보험 부채비율이 올해 112.8%를 거쳐 2024년 116.1%까지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부채비율 하락은 ‘코로나 효과’로 설명된다. 건강보험은 의료 이용이 많을수록 보험급여비가 늘어 충당부채가 증가하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에는 의료 수요가 위축돼 부채 증가세가 둔화됐다. 실제로 건강보험은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누적적립금이 23조8701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공단은 이번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에서 올해 35.2%인 부채비율이 2027년 94.3%까지 오른다고 예측했다. 향후 4년간 부채비율이 60% 포인트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의료수요 회복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전망치는 추후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지속되는 재정 우려에 건강보험의 기금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2022년 회계결산 보고서에서 기금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예정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의사결정이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이뤄져 통합 재정 확립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금화 등을 통해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기금화란 기재부·국회가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취지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복지부와 야권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건전하고 투명한 재정만 강조하다 보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에 막힌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전반적으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아직 기금화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오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