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신림동 사건 피해자 눈물 속 발인

입력 2023-08-23 04:04
최근 대낮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목골산 등산로에서 22일 경찰들이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연이은 강력사건으로 시민 불안이 커지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산악순찰대를 편성해 2인1조로 관악산 일대 둘레길을 매일 순찰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 피해자 A씨의 발인이 22일 오전 고려대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른 아침에 빈소를 찾았다.

A씨 제자였던 학생 6명도 참석했다. 초등학생 때 A씨와 사제의 연을 맺었던 이들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돼 있었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빈소에 들어서자 A씨 어머니는 “너희가 제일 보고 싶었다”며 한 명씩 끌어안았다. 학생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빈소를 나와서야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빈소에서 웃는 얼굴은 영정사진 속 A씨가 유일했다. 지난해 작고한 부친을 대신해 상주를 맡은 A씨 오빠와 유족을 대신해 조문객을 맞은 A씨 친구도 비통한 표정으로 A씨의 마지막을 지켰다.

발인식이 시작되자 유족과 지인들의 통곡 소리가 빈소 안에 메아리쳤다. A씨 어머니는 “내 새끼한테 왜 하필…”이라며 오열했다. 바닥에 엎드린 유족의 어깨가 연신 들썩였다. 피의자 최모(30)씨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A씨 작은아버지는 “우린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우울증이라든지, 계획하지 않았다든지 떠들더라. 반성은 없고 형량만 깎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인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은 전날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A씨가 다니던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대산씨는 “주먹도 세고 운동도 잘해 같은 체급의 남자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의 첫 제자였던 김채민(20)씨는 “지금 선생님을 만나면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했다고, 덕분에 잘 컸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전날 피해자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경부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직접 사인이라는 1차 구두소견을 냈다. 범행 당시 목이 졸려 의식을 잃은 끝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국과수는 A씨가 머리를 폭행당해 두피 바로 아랫부분에 출혈이 있었지만 뇌출혈은 아니어서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최씨는 성폭행을 위해 너클을 구입해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가 범행 당시 A씨의 목을 조른 정황이 나오면서 경찰은 살인 고의성과 계획범죄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최종 부검 결과까지 받아본 뒤 A씨의 사망 경위와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최씨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선 범행 전 그가 성폭행, 살인, 살인예고 글 등과 관련한 다수의 기사를 찾아본 기록이 발견됐다. 범행에 쓰인 너클에 관한 기사도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씨 휴대전화에는 대부분 가족과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외부와는 사실상 단절된 삶을 살았다는 얘기다. 서울경찰청은 23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최씨의 얼굴과 실명·나이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