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정통 법관’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보수 성향의 이 후보자 지명은 6년간의 ‘김명수 코트’를 거치며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 사법부 지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권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사법부의 ‘보수 우위’ 시대가 다시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장 임명은 국회 표결을 거쳐야 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라며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법조인으로서 여태까지 한두 번은 봤을지 모르지만 자주 소통하는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이다. 진보 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과는 지향점이 상반된다는 평가다. 김 대법원장은 다음달 24일 임기를 마친다.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은 중도·보수 8명 대 진보 5명으로 바뀐다. 내년에도 대법관 6명이 교체될 예정이라 사법부의 보수 색채는 더 짙어질 수 있다. 내년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중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3~4월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이 새로 취임했고, 나머지 7명 재판관도 현 정부 임기 내 교체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과 전국 법관 인사권을 가지며,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 지명권이 있다.
새로운 사법부 수장이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많다. 이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대전고법원장 취임사에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시점이라, 이를 우회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 등 사법행정 상당 부분을 돌려놓거나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한주 정현수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