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 ‘맥신’ 걸음마 단계… 테마주 열풍 아직 일러”

입력 2023-08-23 04:06

‘검정 종이’가 최근 국내 증시를 달구고 있다. 금속층과 탄소층이 교대로 쌓인 두께 1㎚(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의 2차원 검은색 신소재 ‘맥신(MXene)’이 초전도체에 이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맥신은 높은 전기전도성을 갖고 있고 여러 금속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다. 반도체 등 여러 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맥신은 표면에 덮인 분자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어떤 분자가 붙어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기존 전자현미경 관측 방식으로는 수일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맥신은 산업 현장에서 쓰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승철(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인도협력센터 연구팀이 맥신 표면의 분자 분포 예측 방법을 최근 개발하면서 맥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센터장은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코드를 활용해 맥신 표면에 있는 분자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주판으로 계산했다면, 일종의 소프트웨어 계산기를 개발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10여년 넘게 컴퓨터로 소재를 설계하는 ‘계산과학’ 연구에 매진해 왔다. 최근 약 2년간은 맥신에 계산과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스케일’에 지난 6월 28일 게재됐다. 이 센터장은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특허 등록뿐 아니라 후속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센터장은 “맥신과 각 금속을 합성할 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큰 표를 만들고 있다”며 “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원천기술”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맥신이 쓰일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생산성과 비용 등이 고려되지 않아서다. 이 센터장은 “이번 연구가 길을 제시한 것은 맞지만 고속도로를 뚫은 것은 아니다”며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증시에서 테마주를 형성하며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센터장은 “기술은 알지만, 주식은 잘 모른다. 특정 주식을 고를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천천히 기술을 쌓아 국부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휴비스와 아모센스 등 맥신 테마주로 엮여 급등한 기업들도 KIST의 연구 결과와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3일간 급등했던 맥신 테마주는 이날 대부분 하락으로 돌아섰다. 이날 장 초반 20% 넘게 급등한 휴비스는 오후 들어 상승분을 반납해 보합으로 마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