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회복 바람타고… 다시 커지는 가계빚 폭탄

입력 2023-08-23 04:04

올해 2분기 가계 빚이 9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별 대출 실태 점검 등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한 번 불붙은 대출 증가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0.5%) 늘었다. 2021년 4분기(17조4000억원) 이후 1년 반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부채라고 불리는 가계신용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에서 받은 가계 부문의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판매 신용) 등을 합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3조6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3000억원) 연이어 감소했지만 2분기에 다시 반등했다.

가계신용 증가는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증가 때문이다.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10조1000억원(0.6%)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4분기 만에 증가했다.

특히 주택 거래가 회복되면서 주담대가 14조1000억원(1.4%) 늘어난 영향이 컸다. 주담대 증가폭은 직전 분기(4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3배 이상 커졌다. 주담대 잔액도 103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같은 기간 4조원 감소했다. 기타대출은 7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감소폭이 크게 줄었다. 증권사 신용공여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신용카드 사용액 등 판매신용 잔액(113조9000억원)도 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가정의달을 포함한 계절 요인 등의 영향으로 직전 분기 대비 60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가계 빚이 늘어난 이유는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주택거래 회복 과정에서 개별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년 뒤 집값 상승 심리를 보여 주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5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11월(61)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경감 방안을 고심 중임에도 향후 가계 빚 증가세가 꺾일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과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서 팀장은 “한은과 정부가 가계신용 증가세에 주목하고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가계신용은 주택경기 회복 양상과 금융 여건 변화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