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KT 불펜, 영건 ‘손’에 달렸다

입력 2023-08-23 04:03

KT 위즈 영건 손동현(사진)의 커리어 하이 시즌이 무르익었다. 주권 김민수 등 기존 필승조의 부진·부상을 훌륭히 메우며 일약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매지컬 런’ 이후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KT로선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손동현은 22일 전까지 올 시즌 46경기에서 4승 4패 1세이브 8홀드를 거뒀다. 평균자책점(ERA)은 3.50,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1.15로 프로 데뷔 이래 가장 좋았다.

입대 전 강속구를 앞세워 기대를 모았지만 당초 올 시즌 KT 필승조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어 보였다. 지난해 팀 내 홀드 1, 2위를 기록한 김민수와 주권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상 변수가 튀어나왔다. 둘이 각각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손동현에겐 곧 기회였다.

부침은 있었다. 개막 직후 한 달간 2점대 ERA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5~6월 맞아 나가기 시작하며 주춤했다. 월간 피안타율은 3할대로 치솟았고 팀 순위는 꼴찌까지 떨어졌다.

무더위와 함께 상황이 변했다. 7월 3점대 ERA로 영점을 조정했고 8월 안정감을 더했다. 8⅔이닝 동안 자책점은 1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어느덧 박영현 김재윤과 함께 가장 믿을 만한 카드가 됐다.

팀도 따라 상승세를 탔다. 6월 초 순위표 가장 아래쪽에 있었으나 이후 거침없이 진격하며 2위까지 올라섰다. 남 얘기 같았던 가을 야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불안한 건 불펜이다. 주권은 부상에서 돌아왔으나 1승 1패 ERA 4.41로 예년만 못하다. 역시 부진을 거듭하던 김민수는 최근 왼쪽 발목에 골절상을 입으면서 아예 시즌 아웃됐다.

결국 열쇠를 쥔 건 손동현이다. 8회를 맡을 철벽 셋업맨이 빠지는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다. 이강철 감독도 최근 손동현을 유력한 대체자 후보로 꼽았다. 프로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는 그의 어깨에 ‘마법사 군단’의 시즌 농사 마무리가 달렸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