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동행’ 말뿐… 여전히 얕보고 곁눈질

입력 2023-08-23 04:02

한국사회에 이주민이 본격 유입된 지 약 30년이 흘렀고 정부가 ‘이주민과의 동행’까지 선언했지만, 이주민이 바라보는 한국에는 여전히 빛만큼 그림자가 짙다. 국민일보는 ‘인구가 미래다’ 연속보도 과정에서 다수 이주민으로부터 한국사회가 출신국에 따라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한국인이 과도할 정도로 외국인에게 친절하다”고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한국어가 서툴고 옷차림이 특이하다는 이유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사회는 노동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외국인 인력의 도입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당한 노동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버리지 못했다. 국민일보가 최근 만난 한 이주노동자는 농장 임금이 밀려 고용노동부의 도움을 얻었다가 결국 일자리를 잃었고, 머물 숙소마저 없는 상태였다. 정부가 ‘대체 불가능한 한국문화의 매력’을 말하며 한국 방문의 해를 선포할 때 이 노동자는 한국을 욕설과 ‘빨리빨리’로 기억했다.

지금도 누군가는 K팝 문화에 열광해서, 또 누군가는 모국보다 높은 임금에 이끌려서 한국을 찾는다. 이들 각자의 ‘코리안 드림’이 정착과 동반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세심한 인구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행정적 불편의 해소, 보다 용이한 비자 발급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유학생, 결혼이민자, 비전문 취업자의 공통된 바람이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다문화주의의 피로감이 어느덧 한국사회에도 스며들었다는 점은 이들에게 큰 문턱이다.

“외국인을 들여와 인구소멸을 막는다”는 것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인구를 늘리는 방법엔 출산율 증가나 이민자의 수용, 2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간편한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며 비로소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새로워질 산업 구조와 1인당 생산성의 변화, 지방소멸 문제와 원주민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모두 묶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종래에는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원주민이 이민자와 경쟁하게 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사회통합에 애써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10년 뒤의 한국사회를 생각해 어느 분야에 누가 얼마나 들어와야 하는지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교육과 법령, 제도가 이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