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기차 주가는 포드 앞질러… 성능은 ‘결함’ 덩어리

입력 2023-08-22 04:05
베트남 전기차 업체 '빈페스트'의 VF6. AP뉴시스

베트남의 작은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VinFast)’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 첫날 시가총액은 850억 달러(약 114조1125억원). 21일 종가 기준 현대차 시총 39조3660억원의 3배에 달하는 몸값이다. 미국 양대 완성차 업체인 포드(479억 달러)와 제너럴모터스(456억 달러)보다도 400억 달러 가까이 높다. 하지만 이처럼 후한 평가가 무색하게도 빈패스트의 주력 차종은 잦은 결함으로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에서 잡음이 터져나온 건 지난 5월부터다. 플래그십 모델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VF8’은 테슬라처럼 대시보드에 별도 계기반 없이 센터페시아에 15.6인치 터치스크린만 탑재했는데 이 화면이 운전 중 소프트웨어 오류로 꺼지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렇게 되면 운전자는 지도와 속도계를 비롯해 아무 정보도 볼 수 없다. 당시 빈패스트는 북미로 수출한 999대 전량을 리콜했다.

이 모델은 이미 지난 2월 베트남 현지에서 브레이크 시스템 결함으로 리콜 사태를 겪었다. 대상 차량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빈패스트 하이퐁 공장에서 제조된 VF8 에코와 VF8 플러스 모델 2781대였다. 빈패스트 측은 언론을 통해 “부품 조립 시 오류로 앞브레이크 캘리퍼와 너클을 연결하는 볼트의 조임이 단단하지 않아 차량 작동 시 브레이크의 효과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했다.

VF8이 북미로 진출한 뒤 새로운 문제점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는 “우습게도 빈패스트 관계자가 ‘운전 중 차에서 주행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릴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그랬다”고 꼬집었다. 유튜브 구독자 약 800만명을 보유한 자동차 리뷰 전문채널 ‘도넛’은 “고속도로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작동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로 차로를 변경하려 하자 차 스스로 핸들을 갑자기 원래 차로로 꺾어버렸다”며 “운전자의 의지를 무시한 작동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랜드는 후진 기어를 넣었을 때 VF8 차체가 심각하게 떨리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매체 로드트랙은 “최악의 주행 질감을 가지고 있다”며 “주행 시 차가 울렁거려 머리가 흔들리고, 멀미가 없는 사람도 멀미가 생길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빈패스트의 상장 첫날 몸값은 적은 거래 물량과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 다음 날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고점 대비 5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이 2017년 6월 설립한 자회사다. 지난해 7월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100% 전기차 생산에 들어갔다. 올해 3월 VF8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