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외국인, 호텔신라·카뱅은 쓸어담았다

입력 2023-08-22 04:07
연합뉴스

중국의 부동산 위기 여파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하지만 호텔신라와 카카오뱅크 등 일부 종목은 대거 사들이고 있다. 실적 개선이 확실한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1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1조4880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도했다. 14거래일 중 10일은 매수보다 매도한 주식이 더 많았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자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지만 호텔신라 카카오뱅크 등 일부 종목에는 여전히 해외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는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의 국내 방문이 전격 허용된 효과가 나타나며 외국인은 이 기간 1216억원을 순매수 했다. 관광업계 큰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귀환하면 국내 면세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신라의 올해 상반기 면세점(TR) 매출 비중은 전체 영업부문에서 78.66%에 이른다.


유커 귀환이라는 호재와 별개로 호텔신라는 최근 실적도 회복세다. 여행 수요 확대로 올 2분기 호텔신라 영업이익은 6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56% 늘었다. 순이익은 195% 상승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체 관광객의 판매 마진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으로 지난 2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48.5% 늘어난 183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이 기간 주담대 잔액을 지난해 말보다 30.3% 늘렸다. 대환대출을 중심으로 신규 대출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도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카카오뱅크를 1000억원 가까이 사들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1501억원)였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