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만연 공공기관, 피해자 보호 역부족

입력 2023-08-22 04:07

공무원 A씨는 평소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주무관으로부터 최근 “다들 당신을 싫어하니 ○○지역으로 전출을 가라”는 말을 들었다. 연장 근무 시 팀원들이 A씨만 빼고 저녁식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힘이 있었다. A씨는 팀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팀장은 되레 그에게 “왜 사무실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냐.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며 외면했다고 한다.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온 다른 공무원 B씨는 직장 내 인권센터에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B씨는 “공무원 특성상 인권센터도 직장 내부 기관이라 보수적인 측면이 강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공개한 ‘2023년 17개 광역시·도 직장 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557건으로 집계됐다.

이 단체는 정부가 ‘공공기관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지자체의 갑질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조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권고 수준에 그쳐 공공기관 직장 내 갑질 피해자 보호에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는 정부 가이드라인과 달리 조례 적용 범위를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례에 갑질 피해 신고 접수 또는 인지 후 ‘지체 없이 조사한다’는 항목이 포함된 곳은 8곳에 그쳤다. 또 ‘조사 기간 피해자를 분리한다’ 같은 보호조치를 명시해 놓은 곳은 부산 인천 울산 제주 4곳뿐이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