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정부 차원 북핵 대응훈련 실시”

입력 2023-08-22 04:03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시작된 21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호비’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훈련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UFS 기간(21~31일)에 한·미 양국 군은 2019년 이후 축소된 연합야외기동훈련을 대폭 확대해 시행한다. 동두천=권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북한은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이 시작된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을지)연습부터는 정부 차원의 북핵 대응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한다”면서 “핵 경보전파체계와 국민행동요령을 홍보하고 국민 구호와 치료를 위한 국가적 대응능력도 확실하게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사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북한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사용을 포함해 북한의 가짜뉴스 유포와 북한의 국가중요시설 공격을 이번 을지연습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할 세 가지 상황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을 활용한 선전·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빠른 전시 전환을 방해해 본격적인 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패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와 위장공세, 선전·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은 국가중요시설을 공격해 국가기반체계를 마비시키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과 첨단산업시설, 국가통신망 등이 미사일·드론·사이버 공격으로 파괴된다면 우리의 전쟁 지속능력과 국민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며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방호대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재차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진정한 평화는 일방의 구걸이나 일방의 선의가 아닌, 오직 압도적 힘에 의해서만 지켜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선제 핵 공격과 공세적 전쟁 준비를 운운하나 우리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공군 KF-16 전투기 편대가 21일 적 순항미사일을 추적·요격하는 ‘방어제공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은 이날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시작과 함께 전투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이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군 제공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이번 을지연습은 고도화된 북한의 핵 위협 상황과 드론 테러, 사이버 공격 등 변화하는 북한의 위협을 반영해 훈련이 이뤄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은 전쟁 발발 시 정부기능 유지, 군사작전 지원,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국가총력전 수행연습으로서 국가 비상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축소 시행돼온 을지연습을 작년에 정상화했고, 올해는 전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관·군 통합연습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을지연습은 국가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실시하는 범정부 차원의 비상대비업무 수행훈련으로 오는 24일까지 나흘간 전국에서 실시된다. 이번 을지연습에는 읍·면·동 이상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단체, 중점관리 대상업체 등 4000여개 기관에서 58만여명이 참여한다. 23일에는 6년 만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훈련이 실시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흉악범죄와 관련해 “‘묻지마 범죄’에 대해 치안 역량 강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주례회동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같이 전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