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세특례 도입에 앞서 해당 조치의 필요성을 따져보는 조세특례 예비타당성평가(예타) 제도가 빈번한 평가 면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경제·사회적 현상 대응을 위해 마련한 면제 조항이 사실상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8년간 조세특례 15건에 대해 예타를 실시하고 37건의 평가를 면제했다. 예타가 이뤄진 15건의 조세지출 규모는 총 1조1128억원이었다. 반면 예타가 면제된 37건의 조세지출은 10조9880억원에 달했다. 예타를 면제받은 조세지출 규모가 예타를 받은 규모에 비해 10배 가까이 컸던 셈이다.
조세특례 예타란 신규 도입하는 조세특례의 지출 규모가 연 300억원 이상이라면 조세재정연구원 등 외부 기관을 통해 도입 전에 평가 받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경우로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사항’ 등 4가지를 예타 면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핵심 경기·사회지표에 큰 문제가 발생했거나 특정 산업·경제 분야에 위기가 닥쳤을 때 당국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대규모 조세특례 조치들이 줄줄이 평가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조항을 통한 면제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25%까지 상향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비롯한 조세특례 7건이 모두 이 조항을 근거로 예타를 면제받았다. 올해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기부금 세제지원 확대 등의 조치도 모두 같은 취지로 평가가 면제됐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매년 예타가 면제되는 조세특례의 규모가 실시되는 규모에 비해 더 많았다”며 “해당 제도가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 면제 조항인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하는 경우’를 두고는 “사실상 행정부의 재량에 의해 (면제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 감면액이 500억~1000억원 이상인 대형 조세특례는 예외조항 없이 예타를 의무화하는 등의 개선안을 대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도 매번 예타를 실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에 짧아도 3~4개월이 걸리다 보니 급박하게 생기는 이슈들에 대응하려면 (면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