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 산속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최모(30)씨에 대해 경찰이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최씨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어 경찰은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0일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된 최씨의 혐의를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와 달리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을 하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때렸다”며 자신이 한 행위 대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계획범죄가 아니었고, 살인 의도 역시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형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대응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씨는 과거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가 범행 4개월 전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구매한 점, 금천구 독산동 집에서 범행 장소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 피해자를 뒤따라가 폭행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한다. 또 너클을 이용해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한 만큼 피해자의 사망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본다. 적어도 최씨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21일 피해자 부검을 통해 최씨의 폭행과 피해자 사망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계획이다.
경찰은 최씨의 여죄도 수사 중이다. 너클 구입 뒤 이번 범행까지 4개월가량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상황이라 다른 범행이 존재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경찰은 최씨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분석해 과거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사건 직후 의식을 찾지 못했던 피해자 A씨는 19일 끝내 사망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오후 2시 교내에서 예정된 연수 업무를 위해 평소 자주 이용하던 등산로로 출근 중이었다고 한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A씨 빈소에는 지인, 제자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A씨 지인들은 “단순 등산이 아닌 출근길에 일어난 참변”이라며 A씨가 평소에도 책임감이 강했다고 전했다.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유족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