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 위기에서 촉발된 중국 경기 둔화가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품의 4분의 1가량을 사들이는 최대 교역국 중국에서 발생한 대형 악재가 정부의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차이나 리스크’ 관련 경제정책국 내 ‘중국 경제 상황반’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 위기가 국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4000억원으로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은 지난 7일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규모 회사채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를 내지 못했다. 30일간의 유예 기간에도 이자를 못 갚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금융권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9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 같은 달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13억 달러 가까이 적자를 냈다. 전체 통관 수출액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째 내리막이다. 이달 1~10일 수출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5% 넘게 줄었다.
중국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0일 비구이위안 디폴트 우려가 본격화하기 전 올해 경제가 1.5% 성장한다고 봤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부적으로 중국 부동산발 위험을 반영해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오는 24일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는 한국은행은 지난 5월 1.4%로 제시했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려 잡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1%대 성장을 이어간다면 한국은 건국 이래 7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치게 된다. 1%대 중반 성장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과 미국발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19발 경제위기 때인 2020년(-0.7%)을 제외하고 최저치다. 중국이 장기침체에 빠질 경우 내년 한국 경제 전망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김진욱 기자, 세종=이의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