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은 ‘차이나 리스크’뿐 아니라 미국발 외풍에도 휘청이고 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은행 신용등급 줄하향 우려에 더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탓이다. 최근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등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나타난 데다 코스피지수가 24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중국에 불어닥친 유동성 위험에 앞서 미국의 신용 리스크는 이달 초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지난 1일 국제 신용평가사(신평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 경제가 2분기 2.4%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지만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국가채무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무디스도 지난 7일 미국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하고 US뱅코프 등 6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을 ‘잠재적 강등’으로 분류했다. 지난 15일 피치 역시 JP모건을 비롯한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미 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미국의 신용 위험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되레 미국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달러와 미 국채를 대체할 만큼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자산이 없는 탓이다. 이에 10년 만기 미 국고채 금리는 연내 최고 수준인 4.3%까지 올랐다.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4.338%를 넘어서면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가 여전히 호조세를 보이면서 연준 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의 문을 열어뒀다.
미국발 변수에 국내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고점인 1343원까지 급등하며 이달에만 60원 이상 상승했다. 환율이 오르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코스피는 18일 2504.50으로 일주일 전보다 3.35% 하락했다. 하반기 코스피 2400선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관측도 일고 있다.
이런 시장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엔화→위안화 충격이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 부진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단기간 내 매듭을 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