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독한 中 리스크… 수출 주력 반도체 다시 먹구름

입력 2023-08-21 04:05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는 곧바로 한국 경제의 악재로 해석된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약세는 원화 동반 약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구이위안 사태로 커진 중국발 리스크는 한국 실물경제·금융시장에 전방위로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주요 투자은행(IB)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당초 5.0%에서 4.7%, 4.8%로 각각 0.2% 포인트,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도 4.9%에서 4.5%로, 도이체방크는 5.3%에서 5.0%로 낮춰 잡았다.


최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한 중국 경제 상황은 각종 경제지표로 확인된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고,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도 각각 전년 대비 2.5%, 3.7% 증가하는 데 그치며 전망치를 밑돌았다. 중국은 역대 최고치로 치닫는 청년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도 돌연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등 중국 부동산업체발 불확실성이 ‘차이나 리스크’를 더 키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감소세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 중국 수출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 1~7월 기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절반 정도다.


차이나 리스크가 돌출되기 전에 이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데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한국 경제의 하반기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부는 하반기 유커(중국인 관광객) 귀환에 따른 내수 활성화와 여행수지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지 경제 불안에 중국인들이 예상보다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으로는 미국 달러화 강세와 함께 위안화 약세가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악화할 때마다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약세 현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했다.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위안화의 프락시 통화(대리 통화)로 거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반에서 오르내리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한국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점, 중국 정부의 향후 개입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경제나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