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지난겨울에 이은 전기요금 폭탄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올 4분기 전기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여전히 심각한 한전 경영난 해소와 국민 부담 완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주부터 각 업장이나 가구별로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아파트는 보통 각 관리사무소가 매월 25일까지 납부하는 관리비 통지서에 전기료를 합산해 청구한다. 이에 아파트 거주자 등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7월 전기료 확인이 가능하다.
전력업계는 3분기가 시작된 7월 전기료가 2분기(4~6월)에 비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여름이 유달리 더웠던 탓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최대 전력 수요는 93.6기가와트(GW)를 기록했다. 여름철 기준 사상 최대다. 이미 7월부터 전국 평균기온이 30도 중반을 웃돌면서 전력 소비량은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도 국민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이후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h)당 28.5원 올렸다. 이 기간 인상률은 약 30%에 달한다.
한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7~8월) 4인 가구의 2개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427㎾h였다. 평균적으로 가구당 월 6만6690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한 셈이다. 올여름 지난해와 같은 양의 전력을 사용했다면 올해에는 가구당 8만530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소상공인의 전기요금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소상공인에게 주로 적용하는 일반용(갑) 저압 기준 지난해 여름철(7~8월)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586㎾h였다. 일반용(갑) 저압도 일반 전기요금과 같은 폭으로 올랐다. 만약 소상공인이 지난해만큼 전기를 사용한다면 전기료는 29만6640원에서 34만8040원으로 평균 5만1400원 늘어난다. 정부는 올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식품매장 냉장고 문 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냉방비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여름철 전기요금과 관련한 별도의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전기를 덜 사용하면 요금부담을 줄여주는 에너지캐시백 정책 등을 발표했기 때문에 추가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로선 당장 다음 달 말로 다가온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도 고민거리다.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은 지난 2분기 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9개 분기 연속 손실이 이어지면서 누적적자만 47조원을 넘겼다. 에너지 공기업 적자 완화를 위해선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7월 전기료 폭탄 사태’가 벌어질 경우 정부가 인상을 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