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경제 5개국 ‘브릭스(BRICS)’가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15차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미국 주도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재편을 요구하는 브릭스 지도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확대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주요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2~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019년 브라질 정상회의 이후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회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쟁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ICC 회원국인 남아공은 그가 입국할 경우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 핵심 의제는 ‘회원국 확대’ 문제다. 남아공 외무부에 따르면 브릭스는 현재 5개 회원국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의 42%,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7%, 교역량의 20%를 차지한다. 브릭스 국가들의 구매력이 주요 7개국(G7)을 넘어섰다는 보고도 있다. 여기서 회원국이 더 늘 경우 미국 등 서방에 맞서 전 세계를 양분할 대형 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까지 약 40개국이 공식·비공식 경로로 가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회원국 신청서를 낸 국가는 알제리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바레인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이집트 에티오피아 온두라스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세네갈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 23개국이다.
중국은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브릭스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통신에 “회원국 확대를 지지하며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파트너 국가들이 ‘브릭스 가족’에 합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이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이번 회의에서 신규 회원국 가입과 관련한 합의된 원칙과 기준, 지침, 절차 등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 장관은 “다자 체제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원한다”며 서방 중심의 질서 재편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판도르 장관은 지난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브릭스의 회원국을 늘리는 것이 ‘친러시아’ 또는 ‘반서방’ 블록의 형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G7과 경쟁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브릭스, 글로벌 사우스,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세계가 더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상회의 결과물에는 아프리카의 목소리도 비중 있게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대륙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67개국 정상이 초청돼 최소 34개국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의 공식 주제도 ‘브릭스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최근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외교적 격전지로 부상했다. 회의 개최국인 남아공은 아프리카와 브릭스의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