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판매가가 30개월 연속 ℓ 당 1500원을 웃돌면서 ‘비싼 기름값’이 뉴 노멀화 되고 있다. 등락폭도 예측이 어렵다. 지난달만 해도 ℓ 당 평균 1500원 후반대였던 휘발유 판매가는 불과 20일 사이 1700원 중반대까지 뛰어올랐다. 전쟁, 산유국 감산 조치 등이 불러 온 기름값 고공행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정부 모두 당분간은 유류비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힘들어 보인다.
20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월평균 휘발유 판매가가 ℓ 당 1500원 미만을 기록했던 시점은 2021년 2월(1463.22원/ℓ)이 마지막이다. 평균 판매가가 1513.27원으로 뛰어 오른 2022년 3월 이후 지난달까지는 29개월 연속 ℓ 당 1500원을 상회했다. 이번 달로 30개월 연속이 유력하다.
전날 기준 휘발유 판매가는 지난달 평균 판매가(1585.48원/ℓ) 대비 150.61원 상승한 1736.09원을 기록했다.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이 이달 들어 배럴 당 80달러 중후반대로 고공행진하고 있어 더 오를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향평준화한 가격대가 등락을 반복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부터 초기인 2020년까지 휘발유 판매가는 ℓ 당 1200~1500원 사이를 오갔다. 변곡점이 된 것은 1500원을 넘어선 2021년 3월부터다. 경기가 급락했다 수직으로 회복하는 V자 반등 기대감이 커지며 유가가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1700원대까지 상승한 휘발유 판매가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00원 선을 뚫고 올라갔다. 전쟁 불확실성이 반영된 이후 안정세로 접어들 즈음에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 감산 조치가 발표됐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도 감산 연장 발표 영향 탓이다.
각종 대외 변수가 혼재돼 가격 변동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소비자도 정부도 고통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에너지 물가는 지난 4월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한 뒤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워낙 비쌌던 지난해 기저 효과가 반영된 통계라서 ‘체감 효과’는 없다. 정부 역시 세수 부족 걱정 속에서도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했다. 물가 우려를 고려하면 조치가 추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가 연장 논의는 이르다.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