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다시 원점?… 공정위·방통위 ‘밥그릇 싸움’ 조짐

입력 2023-08-21 04:04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 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려던 정부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입법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선회하며 플랫폼 규제에 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이후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으로 공정위와 방통위의 플랫폼 규제 주무 부처 알력 싸움도 재개될 조짐이다. ‘실세’인 이 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주무 부처가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출범한 ‘온라인 플랫폼 규율 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6월 활동을 마쳤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전문가 논의를 바탕으로 한 규제 방안이 지난달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활동이 종료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TF 논의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TF에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져 이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규제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과 관련한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공정위는 플랫폼과 입점업체·소비자간 갈등은 자율규제로 대응하되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 독과점 대응책을 요구하면서 이 같은 기조가 굳어진 모습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5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5~6개 기업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온플법 발의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후 신속한 입법을 위해 관련 내용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나 관련 법안은 현재까지 발의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등장하면서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주무 부처 지위마저 위태로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방통위를 비롯한 플랫폼 관계부처들이 범정부 플랫폼 정책 협의체를 구성해 플랫폼 자율규제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규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방통위가 중심이 되어 관계부처 및 사회 각 분야와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온플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규제 주무 부처는 공정위가 아닌 방통위라는 입장을 낸 셈이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후 온플법 관련 논의를 전면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 주무 부처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주재로 이뤄졌던 플랫폼 관련 부처 비공식 회의도 최근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 권한을 둘러싼 부처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부처가 플랫폼 규제 권한을 주장하는 상황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