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른 초경과 늦은 결혼 및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길어지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70%가 ‘여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다. 이런 유형은 여성 호르몬에 의해 암세포가 자라기 때문에 항호르몬 치료가 요구된다.
유방암이 재발·전이된 경우에도 여성 호르몬 수용체 진단 결과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이 때 재발 부위가 여러 군데이고 전이된 위치에 따라 조직 검사가 힘들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이처럼 조직 검사가 어려웠던 전이·재발 유방암 환자들이 15분 안팎의 영상검사만으로 여성 호르몬 수용체 여부를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진단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18F-FES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사진)가 국제 암치료 기준을 선도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가이드라인으로 최근 권고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 표준 검사의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다.
해당 검사법은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핵의학과 문대혁·한상원 교수,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 유방외과 이종원 교수)가 개발하고 학술지 발표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도 처음 입증했다. 이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생물학적 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18F-FES’라는 약물을 주입한 뒤 PET 촬영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간단한 영상촬영만으로 몸 전체에 퍼진 병변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소요 시간은 15분 내외다. 통증도 없어 환자들이 내부 조직을 떼내야 하는 검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문대혁 교수는 21일 “조직 검사가 힘들거나 불가능했던 재발 혹은 전이된 전 세계 유방암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정확하게 여성 호르몬 수용체 여부를 확인하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배 교수는 “유방암은 진단 기술과 더불어 항암, 항호르몬, 방사선 등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이제 5년 생존율 95%를 바라보고 있다”며 “여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유방암 중에서도 늦은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용체가 변하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적극 치료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