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식품코너. 고소한 빵 냄새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 유독 고객이 몰리는 부스가 눈에 띄었다. 정부가 밀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가루쌀(분질미)로 만든 빵을 파는 ‘반짝 매장’ 코너였다. 사람들은 전국 19곳의 유명 제과점에서 가루쌀을 원료로 만든 카스테라 마들렌 쑥설기 소금빵 등을 사기 위해 10여명씩 줄을 서고 있었다.
특히 밀이 아닌 쌀로 만든 빵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카스테라를 시식한 이숙현(46·여)씨는 “기존 빵에 비해 더 쫀득쫀득하다”며 “목 넘김이 좋고, 먹자마자 몸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매장을 찾은 정영진(51·여)씨도 “일반적인 빵보다 더 쫄깃하다. 앞으로도 돈을 주고 사 먹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16년에 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루쌀을 개발했다. 가루쌀은 전분 구조가 쌀보다 밀에 가까워 분쇄가 쉽다. 기존 밥쌀은 물에 불려 가공해야 했지만, 가루쌀은 곧바로 건식 제분이 가능해 가공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가루쌀은 일반 쌀을 재배하는 논에서 그대로 키울 수 있고, 재배 기간도 3개월 반 가량에 그쳐 이모작도 가능하다.
재배와 가공이 쉬운 가루쌀로 각종 식품류를 제조하면 자연스럽게 밀 수입이 줄어 국내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루쌀을 ‘신의 선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가루쌀 재배 면적을 올해 2000㏊에서 2026년 4만2000㏊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가량을 가루쌀로 대체하는 게 목표다.
빵은 가루쌀의 활용도가 높은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변비나 소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 가루쌀빵은 이런 염려가 없다. 밀가루 빵과 겉모양은 비슷한데 식감이 더 좋고 소화가 잘 된다는 게 강점이다. 가루쌀빵이 ‘건강빵’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정부는 가루쌀빵의 대중화를 위해 21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전국 19개 동네 빵집에서 ‘가루쌀과 함께하는 건강한 빵지순례’ 행사를 진행한다. 행사에는 대전 성심당과 그랜드하얏트 서울 더델리 등 유명 베이커리도 참여하기로 했다. 빵지순례 기간 가루쌀빵 매장을 찾아 빵을 구입한 뒤 포털에 댓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이 제공된다. 또 SNS에 가루쌀빵 사진과 후기를 남긴 뒤 우수 후기로 선정되면 5만~20만원 상당의 농촌사랑 상품권도 받을 수 있다.
박수진(사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20일 “가루쌀은 제분비용 절감과 친환경적 가공 과정이 장점”이라며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가루쌀빵은 농가와의 상생, 건강한 식재료 소비와 같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