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신림동 둘레길 산에서 성폭행… 피해자 위독

입력 2023-08-18 04:08

대낮에 서울 도심 공원과 연결된 야산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구타하고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지난달 조선(33)의 흉기 난동 이후 살인예고가 잇따랐던 신림동에서 대낮에 또다시 흉악범죄가 발생하면서 최근 경찰이 선포한 ‘특별치안활동’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7일 A씨(30)를 강간상해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둘레길 인근 산속에서 30대 여성을 마구 때린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장소는 둘레길에서 벗어난 산 중턱으로 알려졌는데, 불과 도보 10분 거리에 초등학교와 아파트가 있다. 경찰은 18일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11시44분 “살려달라는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는 한 등산객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낮 12시10분쯤 A씨를 범행 현장 인근에서 붙잡았다. A씨는 검거 당시 “강간하려고 접근했다”고 진술하면서도 “(피해자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발견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선 A씨 휴대전화와 함께 손에 착용하는 금속 재질의 둔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둔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계획범죄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오전 9시55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거지에서 나와 도보로 이동, 오전 11시1분쯤 범행 장소 인근에 도착했다. 40여분간 주변을 배회한 그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로 파악됐다. 범행 당시 A씨는 마약이나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등으로 인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도 아니었다. 일면식이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라는 점에서 일종의 ‘묻지마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A씨 의료기록과 인터넷 검색기록 등을 확보해 정신질환 여부와 범행 사전 계획 여부도 파악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뒤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잇따른 흉기 난동 사건에 지난 4일 ‘흉악범죄 대응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다중밀집지역 3329곳에 하루 평균 1만명이 넘는 경력과 장갑차를 투입했다. 경찰은 살인예고 글을 올린 이들을 구속하는 등 엄정 대응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인근 지역에서 강력 범죄가 재발하면서 시민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