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유세하듯 檢 출석…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입력 2023-08-18 04: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 법원 심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진행된 이 대표 조사 내용 등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개편 후 1년여간 이어진 검찰과 이 대표 간 ‘혐의 추격전’도 종반부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서울중앙지검 앞 삼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을 향한 수사를 “정치검찰의 조작된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번 아니라 백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혐의에 대한 구체적 반박은 하지 않았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조사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의혹에 이어 네 번째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있는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영개발이 돼야 할 곳인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시켜 공사가 정당하게 확보할 개발 이익을 포기하고 민간업자에게 개발 이익이 귀속되게 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출석 직전 지난해 대선 당시 이 대표 선거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박모씨와 서모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은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재판에서 위증이 이뤄진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자금 수수 시점과 관련해 이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김 전 부원장 보호를 위해 고의적 위증을 했다고 의심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