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돈이 된다? 투자 몰리는 폐기물 스타트업

입력 2023-08-18 04:03
폐기물 수거·처리 서비스 ‘업박스’(왼쪽)와 대형 폐기물 처리 서비스 ‘빼기’ 소개 이미지. 각사 제공

스타트업계도 ‘친환경’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서비스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 혹한기임에도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뜨겁다. 어떤 서비스가 뜨고 있을까

‘리코’가 운영하는 ‘업박스’가 대표적인 폐기물 종합 서비스다. 업박스는 쓰레기 배출 장소 마련부터 운반·처리까지 도맡는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쓰레기 양을 측정해 자료화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고객은 폐기물 발생량, 재활용량, 환경영향 등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대량 폐기물이 발생하면 배출량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데 이 일을 업박스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폐기물 신고를 비롯한 행정처리도 도와준다. 업박스는 지난해 1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지금까지 투자를 받은 금액은 300억원에 달한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서비스도 있다.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 ‘커버링’의 동명 서비스와 이듬해 등장한 ‘어글리랩’의 ‘오늘수거’는 생활폐기물을 집 앞에 내놓으면 대신 버려준다.

생활폐기물은 종량제 방식으로 배출하는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가능한 폐지와 폐유리병 등이 포함된다. 고객은 문 앞 쓰레기 수거 전용박스에 쓰레기를 넣어두면 된다. 직접 분류할 필요가 없다. 이들 쓰레기는 수거 후 분류와 세척 과정을 거쳐 처리 업체로 보내진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 데이터를 보면 커버링과 오늘수거는 지난 6월 기준 소비자 거래건수가 각각 2381건, 3682건으로 서비스 등장 이후 나란히 우상향하고 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가구와 대형 가전 등을 전문적으로 수거하는 업체도 있다. 스타트업 ‘같다’의 서비스 ‘빼기’는 가정에서 큰 물건을 버릴 때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붙여야 하는 귀찮음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용자는 버릴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 애플리케이션에 올리고 수거 금액을 결제하면 끝이다. 부피가 작으면 지정 장소로 옮기고, 대형이면 대신 운반해준다.

17일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총폐기물은 1억9739만t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1억6283만t) 대비 21% 늘었다. 특히 최근 3년간 전체 폐기물의 절반가량인 사업장배출시설계 폐기물(폐기물처리시설·하수처리시설 등 배출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연평균 11.7% 늘었다. 이 기간 가정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3.6% 증가했다.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삼정KPMG연구원 조사 결과 주요 폐기물 처리업체 4곳의 2020년 기준 평균 기업가치는 3년 전 대비 279.9% 상승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전문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공익적 가치까지 실현한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