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명 중 9명만 신원 확인… 마우이 산불 수습 지지부진

입력 2023-08-18 04:03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 주민들이 11일(현지시간)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집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이 발생한 지 9일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색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구조 당국은 이번 주말까지 피해지역의 90% 수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6일(현지시간) 현재 40%가량을 겨우 확인한 상황이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111명으로, 신원이 확인된 인원은 9명뿐이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불에 탄 시신이 대다수여서 일일이 DNA 분석을 해야 해 신원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소식이 끊긴 실종자만 1000명이 넘어 사망자가 현재의 2~3배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시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매일 10~20명의 시신을 발견 중이다. 수색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열흘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실종자가 몇 명인지 헤아리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행방불명된 이들의 가족이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실종자 인상착의를 포스트잇에 적어 대피소와 카페 등에 붙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두 살 터울의 언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왈드론(38)은 “경찰도, 구호단체도 언니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지만 강풍에 끊긴 송전선이 시발점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송전선이 끊기면서 일어난 전기 스파크가 마른 풀밭으로 튀면서 대형 산불로 확산됐다는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피해 지역인 라하이나의 한 주민이 촬영해 SNS에 올린 영상에는 풀밭에 쓰러진 송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담겼다.

현지 전력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인더스트리는 강풍과 산불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전력을 차단하는 등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재 원인으로 송전선을 지목하는 증거들이 점점 나오고 있다”며 “송전선 주변의 초목을 관리하고 송전선 주변에 연료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