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허용한다며 규제 개선안을 내놨지만 1년 넘도록 규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행령을 고쳐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등록하는 방안을 허용하려 했지만 검토 과정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난 탓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개선안을 ‘재포장’해 규제 개혁 안건으로 다시 내놨다.
정부는 1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신성장 4.0 프로젝트 현장 애로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배터리 소유권의 분리·등록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부품으로 여겨져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데, 배터리를 별도로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1년 전에도 정부는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등록령을 개정해 배터리 소유자와 자동차 소유자가 서로 다른 경우에도 자동차 등록원부에 이를 기재하게 해 배터리 구독서비스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시행령을 고치면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허용돼 전기차 구입 비용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설명했지만, 현재까지 시행령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추진하려고 했지만, 법제처 검토 과정에서 법령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재활용, 보험 등 얽힌 문제가 많아 업계와 충분히 논의한 후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체만 폐차할 경우 폐차 업계의 존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를 분리 등록할 수 있게 되면 제작사와 보험료를 얼마나 나눠 내야 할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정부가 하반기부터 배터리 소유권 분리·등록 방안 마련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점도 속도 조절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규제 개혁을 홍보할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험, 폐차 업계 등과의 논의가 무르익은 뒤 개정안을 내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