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대세’ 손석구 “지금이 내 커리어의 전성기”

입력 2023-08-18 04:03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에서 헌병대 임지섭 대위를 맡은 배우 손석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해가 바뀌어도 배우 손석구는 여전히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다. 카드, 맥주, 홍삼 등 광고계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 캐릭터로 신드롬급 인기를 끈 그는 팬데믹 후 처음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 드라마 ‘카지노’로 인기를 이어갔다. 올해는 연극 무대에 올라 티켓 파워를 보여줬고, 2021년 출연한 ‘D.P.’의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 2년간 쉼 없이 작품을 해 온 손석구는 매번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했다. 과묵하고 비밀이 많은 남자 구씨에서 ‘범죄도시’의 극악무도한 악당 강해상을 거쳐 그는 ‘카지노’에서 범죄자를 쫓는 형사가 됐다. ‘D.P.’에서는 능글맞고 자리보전이 가장 중요한 헌병대 대위로 변모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손석구를 만났다. 최근에는 연극에 매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손석구 전성기’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나도 지금이 내 커리어의 전성기겠다는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나의 해방일지’가 4, 5회 정도 방영됐을 때 제가 생각했던 만큼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어요. 불안했죠. 그때 저는 다른 작품을 찍느라 해외에 있다가 들어왔는데 많은 게 바뀌었더라고요.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도 그렇게 피부로 와 닿진 않았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많은 변화가 있었고 재밌던 시기였어요. 벌써 과거처럼 느껴지지만요.(웃음)”

‘D.P.’에서 그가 연기한 지섭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시즌1에서 지섭은 체제 순응적이면서 자신의 안위를 가장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장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석봉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과 아끼던 후배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지섭은 이제 더 큰 사고와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선다. 그는 군 장정 인권센터와 시민단체가 군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선다.

변화의 계기가 된 건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었다. 일병, 병장에 불과한 이들도 잘못된 것을 바꿔보겠다고 애를 쓰는 걸 보며 지섭도 동요한다. 손석구는 임지섭이 준호와 호열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값’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준호 같은 청년들로 인해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도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좋았다”며 “장교가 모범을 보여서 병사가 변한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 그게 우리 사회에 던질 수 있는 ‘건강한 모범’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서 우리가 종속당한 채 살고 있더라도 바꾸는 사람은 우리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서 “‘D.P.’에는 소시민들이 거대한 무언가에 맞서서 대항한다는 주제의식이 계속 깔려 있고, 시즌2에서 꽃을 피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D.P.’는 극 중에 비난을 받을 만큼 나쁜 역할을 하는 악당이 없다. 모두가 항상 옳은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잘못된 선택에도 씁쓸한 이유들이 있다. 손석구는 “감독님은 모두가 시스템 안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니 사회를 만들다 보면 좀 어두운 벙커도 생기고 그럴 수 있다. 옳고 그르다는 것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