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도 빌려쓴다… 자동차 업계 파이 키우는 ‘구독’

입력 2023-08-18 04:03
현대자동차 구독 서비스 ‘셀렉션’(왼쪽)과 스타트업 ‘더트라이브’의 차량 구독 서비스 이미지. 각사 제공
자동차 업계가 구독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기존 렌터카 업체 같은 대여 형태 구독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만 따로 구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자동차 업계가 구독 경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자동차세, 취등록세, 보험료 등 부대비용을 아낄 수 있는 만큼 직접 구매할 때보다 쉽고 빠르게 차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특히 자동차 구독 시장 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기아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을 위해 택시운수회사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초기 비용이다. 유류비, 자동차세 등 부대비용 절감을 생각하더라도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1700만원가량 비싸다. 현대차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기아와 현대캐피탈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현대캐피탈 본사에서 기아의 ‘배터리 구독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제공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가 전기차 초기 구매 시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가격만 낸다. 이렇게 하면 약 30~40%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에 입문할 수 있다. 배터리값은 이후 매달 구독 형태로 낸다. 구독하는 동안 배터리 가치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기 때문에 유지비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실증사업으로 추후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넓힐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며 “비용 절감을 넘어 추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IMARC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억 달러(약 6조6875억원)에 달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는 이 구독 시장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자동차 구독은 완성차 업체와 서드파티(파생상품 생산자) 공급자로 이뤄져 있다.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차를 비롯해 BMW, 미니 등이 있다.

서드파티 공급자는 스타트업인 쏘카와 더트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구독 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현대차 ‘현대 셀렉션’, 기아 ‘기아 플렉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6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이용자는 1만2000명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볼보, 닛산, 제규어랜드로버, 포르쉐 등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자동차 구독 스타트업 더트라이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다양한 브랜드의 차종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여한다. 초기 보증금이나 선납금 없이 최소 6개월 단위로 원하는 차를 몰 수 있다. 세차, 정비 등 차량 관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더트라이브가 제공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15개, 누적 차량 운행 대수는 1500대 이상이다. 월평균 더트라이브를 이용하는 구독자는 350여명, 가입자 수는 26만6861명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