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에 얼어붙은 투심… 당분간 변동성 장세 가능성

입력 2023-08-17 04:07
중국 국영 부동산기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는 등 세계 경제 위험이 부상하면서 16일 코스피가 전일 대비 45.23포인트(1.76%) 내린 2525.64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발(發) 경제 리스크 우려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내수와 수출이 부진하며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 가운데 부동산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이슈가 부각되면서 급격하게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으리라고 보면서도 당분간 증시 투자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6%(45.23포인트) 하락한 2525.64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59%(23.39포인트) 내린 878.2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달에만 4.06%, 코스닥은 6.16% 하락했다. 기관은 이 기간 3조5367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1조3734억원을 순매도했다.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커진 탓이다.


중국은 올해 초 ‘제로(0)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뒤늦게 경제활동을 재개했지만,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 0.4% 하락하면서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전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부진했다. 내수 경기를 반영하는 중국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3.7% 오르는 것에 그쳤는데 이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소매판매 4.5%, 산업생산 4.4%)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이례적으로 청년실업률 통계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경제·사회 발전으로 노동 통계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최악의 실업률 통계를 감추려고 일부러 감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지난 7일 중국의 매출 1위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를 맞은 데 이어 지난 14일 또 다른 부동산업체 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발 부동산 리스크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경제는 아직까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 중국 경기 상황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통신업을 제외한 의료정밀(-5.66%) 섬유의복(-4.05%) 등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도 유통(-5.52%) 금융(-5.33%) 운송장비·부품(-4.50%) 등 전 업종이 고꾸라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는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최근 수급이 쏠린 테마주들의 변동성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금융기관의 주인이 중국 정부인 것을 고려하면 시스템 위기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정부가 현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지표 부진과 부동산 리스크 등의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6.4%에서 4.8%로 낮췄다. 바클레이즈도 4.9%에서 4.5%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5.5%에서 5.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광수 김혜지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