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대세 길거리 간식 ‘탕후루’ 매장 주변 쓰레기 ‘골머리’

입력 2023-08-17 04:04
서울 용산구의 한 가게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 탕후루 꼬치와 종이컵이 꽂혀 있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가게 주변. 버려진 탕후루 꼬치와 종이컵이 길바닥에 너저분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종이컵 안에는 설탕 시럽이 끈적하게 묻어 있었고, 주변으로 개미를 비롯한 벌레가 꼬였다. 탕후루 가게 맞은편 건물 앞의 대형 화분에도 먹고 난 꼬치 여러 개가 꽂혀 있었다.

상주하는 관리인이 없는 인근 무인점포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탕후루와 관련 없는 점포임에도 매장 안은 탕후루 꼬치 쓰레기가 가득했다. 단 냄새에 꼬인 날파리가 득실했고, 바닥은 걸을 때마다 쩍쩍 소리를 낼 정도로 끈적거렸다.

과일 꼬치에 설탕을 입혀 먹는 중국 길거리 간식 탕후루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주변 상인들은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탕후루를 먹은 뒤 남은 꼬치와 종이컵 등 쓰레기를 거리에 무단투기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탕후루는 최근 젊은층의 대세 간식으로 떠올랐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페이스북 등 SNS에서 탕후루 언급량은 지난 2월 6379건에서 지난달 6만2726건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40대 세대별 인기 검색어 1위도 모두 탕후루였다.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업체는 최근 5개월 만에 점포 수가 50개에서 300개로 늘었다. 마라탕 먹고 탕후루 먹으러 간다는 의미에서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이런 열풍 이면으로 탕후루 매장 주변 상인들의 고충은 커졌다. 한 상인은 깔끔하게 묶어서 내놓은 쓰레기봉투에 행인들이 다 먹은 탕후루 꼬치를 여러 개 꽂아놓고 가면서 쓰레기봉투가 마치 고슴도치처럼 변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홍대 탕후루 가게 인근에서 제과업을 하는 A씨는 “탕후루 가게에서 주변에 피해를 안 주려고 해도 그 이상으로 사람이 많이 몰린다”며 “꼬치 한두 개만 쌓여도 이후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 버리기 때문에 수시로 나가서 치워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매장 앞에 버려진 탕후루 꼬치를 치우는 게 일과가 됐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탕후루 가게는 ‘탕후루 쓰레기를 주변 상가나 거리에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공지문을 내걸기도 했다. 가게 업주는 “탕후루 쓰레기를 거리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례가 많다보니 주변 상인들의 항의가 늘고 있다”며 “따로 쓰레기통도 배치하고, 손님들에게 쓰레기는 매장으로 반납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