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車 몰리는 인도… 공장 인수 공들인 현대차

입력 2023-08-17 04:0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해 각종 전기차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인도가 완성차 업체들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전기차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해 새로운 시장 개척도 용이하다. 세계 곳곳을 침투 중인 중국 업체의 공세가 두 나라의 갈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완성차 업체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올해 1~7월 인도에서 자동차 34만6711대(점유율 14.6%)를 팔아 2위에 올랐다. 1위 탈환을 위해 꺼낸 카드는 현지 맞춤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이날 GM이 보유했던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안에 인도 정부 승인 등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5년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 5월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에 향후 10년간 2000억 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8일 4년여 만에 인도를 방문한 것도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인도를 예의주시한다. 현지 1위 업체인 마루티스즈키와 6위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6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타타자동차는 지난해 철수한 포드 공장을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마힌드라는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7~8년에 걸쳐 1000억 루피(약 1조5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도 인도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에 상당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인도를 노리는 이유는 인도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커졌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국가라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 특히 자동차 구매 여력이 있는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시장은 2017년 대비 쪼그라들었지만 인도는 18.5%나 커졌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인도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4만8000대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지만 전체 승용차 대비 비중은 1.2%에 불과해 성장 여력이 크다. 인도 정부는 전기차를 확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3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실화되면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어선다.

인도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습에도 자유로운 편이다. 국경을 약 3800㎞ 맞대고 있는 두 나라는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업체의 인도 시장 진입은 사실상 막혀있다. 실제로 중국 BYD는 인도에 10억 달러(약 1조3350억원)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을 계획했으나 지난달 인도 정부가 이를 거부해 무산됐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