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찾아주는 짝!… ‘외로움 문제 극복’ 박수 짝짝!

입력 2023-09-16 04:06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청춘들의 사랑을 찾아주는 시대다. 최근 경기 성남시가 주최한 ‘솔로몬의 선택’ 행사는 커플 39쌍을 탄생시키며 주목받았다. 지자체의 미혼남녀 매칭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수도권까지 확대된 건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일각에선 ‘저출생’ 대책이란 명목으로 공공기관이 ‘연애’라는 지극히 사적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문제로 떠오른 지금 정부가 청년세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건 바람직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자체의 미혼남녀 만남 주선 프로그램은 주로 농어촌 지역에서 추진돼 왔다. 2011년 시작한 경남 진주시의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는 지금까지 총 11쌍의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15일 “일 년에 두 번 정도 진행하는데 횟수를 늘려 달라는 의견이 많다”며 “본인의 자녀를 참여시키고 싶다고 부모가 직접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지자체가 결혼 적령기 미혼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를 인구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인 경남 사천시의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는 총 22쌍의 커플을 탄생시켰다. 사천시 관계자는 “지난 5월 행사를 통해 커플 9쌍이 탄생하는 등 점점 매칭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혼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출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2017년부터 진행된 전남 광양시의 ‘솔로엔딩’은 지금까지 총 70커플이 맺어졌고, 3쌍이 결혼 소식을 알렸다. 2016년 시작한 경북 구미시의 ‘두근두근 ~ing’도 113커플 매칭·16쌍 결혼이란 성적을 내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행사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 성남시 ‘솔로몬의 선택’에 참여해 커플 매칭을 한 황다빈(33)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인 소개팅은 좀 부담스럽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과 만나기는 꺼려져서 성남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간단한 신원은 보증이 돼서 흉흉한 시대에 최소한은 지자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이 그에겐 지역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기회가 됐다. 황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아쉬워서 따로 뒤풀이를 진행했다”며 “행사 두 번째 날 참여한 2기끼리만 벌써 두 번 만났다. 100명 중 60명이 자체적으로 모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연애도 하고 싶지만 사실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커서 참여했는데 프로그램으로 만남의 기회가 확대돼 인적 자산을 쌓은 듯한 기분이 든다”며 “청년복지의 개념으로 이 제도를 받아들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시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 행사에 참여한 30대 A씨도 전반적으로 행사를 긍정 평가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중 와인을 마시며 참가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장 재밌었다. 팀별 음악 맞히기, 퀴즈 등을 하며 기프트카드 등 다양한 경품도 받았는데 지자체에서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었다”며 “행사에서 다행히 마음에 드는 분과 매칭도 됐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매칭이 됐다 해도 결혼으로 이어질지 모르고 강요할 수도 없어 실효성 문제는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런 이벤트 자체가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B씨(27)는 “정부가 사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게 이상하다”며 “해당 프로그램에는 일정 직업을 가진 일정 나이의 청년만 참가할 수 있는데, 자격을 정해두는 게 정상 범주의 청년을 정부가 규정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주은(32)씨는 “정부가 진지하게 내놓을 저출생 대책이 아닌 것 같다”며 “한국의 실존적 위협이 되는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할 지자체가 소개팅을 주선하고 있다는 게 무책임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과 외로움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하면서 정부가 공적 주체로서 적절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남-연애-결혼-출산은 연속선상에 있다. 청년들의 만남 빈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만남 기회를 늘리는 접근 방식은 맞는다”며 “민간의 결혼정보회사 등 사설 서비스는 비용 등 측면에서 문턱이 높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당 모델을 지자체가 도입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다만 중요한 건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시정부도 전문적 역량을 갖추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흉내만 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성을 만나고 싶은데도 못 만나는 청년들, 밖으로 나와 외로움을 해소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하지 못하는 일을 지자체가 나서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외국도 고독을 관리하는 부처가 생기는 등 과거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던 것들에 대한 정부의 공적 대응이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 역시 시정부가 주도하는 미혼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혼슈지방의 니가타현은 결혼을 희망하는 20세 이상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유료 회원제 시스템 ‘하트 매치 니가타’를 운영한다. 신분증과 결혼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교제 의사가 확인될 때까지 이름과 연락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또 데이트할 때도 서포터스가 양측 일정을 조정해주고, 함께 가는 등 낯선 이성을 만나는 데 정부가 나서서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있다.

홋카이도의 공업도시 도마코마이시의 ‘My Love’ 사업은 시, 상공회의소, 신용금고 3자가 합작해 만든 결혼 지원 사업이다. ‘도마코마이시에서 결혼해서 계속 살고 싶다’는 사람들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돼 청년 유출을 막는 정책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의 개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며 “그 과정에서 목표를 구체적으로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