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직 직원이 자문중개업체를 통해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영업비밀을 다량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자문중개업체를 창구로 한 신종 기술유출 수법인 것으로 보고 다른 사례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LG에너지솔루션 전 간부급 직원 정모(5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비밀 유출에 가담한 자문중개업체 A사의 전 이사 최모(34)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2021~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16건(국가핵심기술 1건)을 불법 촬영하고, A사를 통해 유료자문 형식으로 이를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약 2년 동안 시간당 평균 1000달러의 구두자문, 건당 최소 3000달러의 서면자문 등 최소 320여건의 자문을 수행하고 약 9억8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회사가 영리 목적의 자문행위를 금지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서자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가명으로 자문에 응하기도 했다. 결국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정씨는 해고가 된 뒤에도 자문을 이어갔다.
통상 영업비밀 유출은 경쟁업체의 로비나 이직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번과 같이 자문중개사를 통한 기밀 거래는 이례적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중개업체와 국내 기업 임직원 간에 1대 1 비공개로 이뤄져 실체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유료자문 형식을 악용한 기술유출범죄의 새로운 형태로 보고 유사 사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