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처단법’ 트럼프에 적용… 유죄 시 최소 5년 실형

입력 2023-08-17 04:05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풀턴카운티의 패니 윌리스 검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8명의 공동피고인에게 ‘리코법(RICO Act)’을 적용해 기소했다. 리코법은 애초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 수뇌부를 소탕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선 전복 시도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리코법을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기소는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라며 “측근들은 그를 끌어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사건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보도했다.

리코법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면서 별개의 범죄를 저지른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기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1970년 연방의회가 마피아와의 전쟁을 위해 고안해 제정했다.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실제 이를 도맡아 저지른 행동대원들만 잡혀가 이를 지시한 수뇌부 소탕이 어려웠는데, 법 제정 뒤로는 조직범죄를 저지른 일원을 모두 잡아넣을 수 있게 됐다. 수장도 범죄집단의 일원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함께 기소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검사 시절 리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악명 높았던 뉴욕 마피아 보스들을 단죄한 것으로 유명하다. 줄리아니는 맨해튼 연방검찰청장을 맡았던 1987년 마피아 보스 3명과 간부 4명을 리코법으로 기소했다.

마피아 소탕이 전국적으로 이뤄진 뒤 검사들은 리코법을 시세 조작이나 돈세탁 등 화이트칼라 범죄로 확장했다. 검찰은 시장 조작에 관여한 금융기업과 은행가들을 리코법으로 처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윌리스 검사장 역시 리코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시험 점수를 조작하려고 계획한 애틀랜타 교육자 24명을 기소할 때 이 법을 활용했다.

이번 기소는 연방법이 아닌 조지아주가 제정한 리코법이라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법은 장기간에 걸친 범죄행위 가담을 증명해야 하는데 조지아주법은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범죄행위의 성공 여부도 법 적용을 제한하지 않는다. 인정되는 범죄행위는 연방법(35개)보다 15개가 많은 50가지나 된다.

또 조지아주에서 리코법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최소 5년에서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한다. 연방법에 없는 최소형량 기준이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 주법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이른바 ‘셀프 사면’이 불가능하다.

윌리스 검사장은 공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와 기타 지역에서 ‘범죄 사업’을 수행하고 참여하기 위해 공모·노력했다”며 “모두 161건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등은 오는 25일까지 풀턴카운티 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이번 법정 출석 때 재판과정이 TV로 생중계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