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연결하라”… 구독경제에 빠진 가전업계

입력 2023-08-17 04:02 수정 2023-08-17 04:02

가전이 ‘구독’에 푹 빠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을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품과 함께 고객을 지속적으로 묶어두겠다는 의도다. 고객을 붙잡을 무기는 구독 서비스다. 단순하게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 플랫폼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2015년 도입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인 ‘삼성 TV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FAST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만 있으면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실시간 채널 서비스다. 유료 방송이 비싼 미국 유럽에서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9~2022년 기간에 약 20배 성장한 FAST 산업의 규모는 2022~2027년 사이에 또 3배 증가해 총 120억 달러(약 15조892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 TV 플러스는 현재 24개국에서 2000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최근 1년간 글로벌 누적 시청시간은 약 30억 시간에 이른다. 옴디아는 오는 2027년까지 삼성 TV 플러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5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LG전자도 FAST 채널인 ‘LG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으로 29개국에서 약 2900개 채널이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명화를 ‘더 프레임’에서 볼 수 있는 예술 작품 구독 서비스 삼성 아트 스토어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TV 운영체제(OS)인 웹OS를 외부 업체에 제공해 플랫폼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이 25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생활가전을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전환시키는 ‘UP가전 2.0’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또한 LG전자는 최근 ‘업가전 2.0’을 발표하고 가전제품 전반에 걸쳐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가전제품을 ‘소유’하기보다 사용하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LG 전자의 렌탈사업 매출은 2016년 1131억1700만원에서 지난해 5900억4900만원으로 5배 이상 팽창했다.


LG전자는 식물재배기 ‘틔운’, 수제 맥주제조기 ‘홈브루’ 등을 구독 서비스(렌탈)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두 제품 모두 주기적으로 키트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최근에는 안마의자 ‘힐링미 오브제컬렉션 아르테’를 6년짜리 렌탈 상품으로 선보였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등의 기존 가전제품들에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멀티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로 구독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큐커가 출시 2년 만에 판매 2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식품업체와 손잡고 매달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최저 5만원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마이 큐커 플랜’과 함께 출시된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제품을 싸게 판매해도 오랫동안 고객을 묶어두는 게 장기적 이익이라는 셈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식품사 17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큐커 전용 레시피를 660개 확보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고객을 묶어둘지는 가전업계의 오랜 고민이다. 구독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